
게임 만드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번아웃이 온 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되어 이제는 이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처음이고 어색하고 삐그덕 덜그럭거리며 흘러간다. 요즘 웹소설이나 웹툰에 많다는 '인생 2회차'도 매끄럽고 능숙한 삶을 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지 싶다.
아쉽게도 인생을 두 번 살아볼 순 없으나, 나보다 더 앞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언은 구할 수 있다. 그렇게 밀리의 서재를 뒤적거리던 중 발견한 책,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핵심은 '나'를 다루는 법에 대한 공부라네. 내면에 존재하는 '언어'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농밀하게 보내는 '시간', 가장 사랑하는 '책',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면, 그게 누구든 자신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사는 인생을 가장 빛낼 수 있지."
언어, 사람, 시간, 책, 태도, 총 5가지의 관점에서 니체의 짧은 글과 함께 작가의 통찰이랄까 인생관이 적혀있다. 20대에 내가 봤다면 뭐 이리 '오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다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단호하고 단정적인 글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 단호함이야말로 인생을 어떻게 대할지 본인만의 결론이 내려진 사람의 태도임을 안다.
"마흔 이전에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서, 조심스럽게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방식의 표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흔 이후에는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표현이 아닌, '나의 확신'이 가득 녹아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
언어 파트의 20번, '마흔 이후의 내적 성장을 가로막는 표현'에 나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적절한 경험들에 기반한 자신만의 중심이 있다면 남에게 굳이 '이거 나만 이상해?', '이거 나만 불편해?' 같은 요즘 커뮤니티에 많이 보이는 화법 같은 것은 쓸 이유가 없다.
1. 001_인간은 자신이 가진 언어의 한계 그 이상을 살 수 없다.
- 한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수준이며, 우리는 자기 수준 이상의 언어를 세상에 내보낼 수 없다. 좀 더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을 수준 높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언어는 그 사람의 한계를 증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의 언어 수준을 높여야 한다.
> 언변이 능숙하고 그렇지 못하고의 차이가 아니라, 단순한 말이라도 참 예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은 말과 행동에 묻어나오기 마련이라 어떤 말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
2. 004_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제압할 수 있다.
- 당신이 사실을 말하면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석한 것을 설명하면 모두가 귀를 기울일 것이다.
> 약간의 울렁임을 준 문구. 나는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더 나아가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소수만의 특권이며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증거라 말한다. 나이가 들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풀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된다.
3. 017_당신이 내뱉은 말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 번아웃이 오게 된 계기와 결이 같다.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 생각했지지만, 그 노력을 내가 할 수 있는 사람인 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내가 나에게 실망했을 때의 충격이 나를 번아웃이 오게 만들었다. 말과 행동은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4. 022_도덕과 정의는 소수의 자산이다.
- 도덕과 정의는 원래 고귀한 것이라 모두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남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들이다.
5. 027_모든 말을 경청한다는 건 단 한마디도 마음에 담지 못했다는 뜻이다.
- 제대로 경청해라. 들을 가치가 있는 한마디 말을 100번 되풀이해서 곱씹어라. 삶도 그렇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작정 쉬지도 않고 뛰는 일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건 방향도 목적도 없이 사는 슬픈 현실을 증명할 뿐이다.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알고 사는 사람은 들어야 할 한마디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중간중간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며 음악을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6. 034_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당신의 삶이 새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 우리는 언제나 오래된 나를 떠나야 한다. 주어진 운명을 거절하고 원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면, 세상에 결코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힘든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무언가 아름다운 일이 탄생하고 있다는 증거일 때가 많다. 그냥 주어진 오늘을 살지 말라. 자신이 원하는 오늘을 살라.
7. 035_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공평하게 중요하다.
- 무언가 하는 것도 선택이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해야 할 하나를 지금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버려야 할 하나를 지금 버리는 일도 공평하게 중요하다.
8. 041_현명한 영앤리치가 되는 가장 멋진 방법
- '세상과 대중을 읽는 사람'이 되라. 책은 읽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것 중 하나일 뿐이다.
9. 042_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평가를 타인에게 맡기지 말라.
- 좋은 것을 줬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잊고 돌아서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
10. 049_최선의 선택을 돕는 단 하나의 질문
- "무엇이 더 멋진 선택일까?"
11. 050_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결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
- 일만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반추를 통해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명한 길을 찾아 거기로 달려야 한다.
12. 053_가장 많이 웃는 자가 가장 많이 운다.
- 슬픔이 기쁨에게, 다시 기쁨이 슬픔에게. 좋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13. 055_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
- 초인이란 우선순위를 아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에 인생을 걸어라.
14. 057_하루를 온전히 살면 모든 과정이 귀해진다.
-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사람은 완벽한 과정을 통해 어떤 꿈도 이루어낼 수 있다.
15. 066_내 말과 글을 빝내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
- 잘하려고 하지 말라. 그저 뭐든 도움을 주려고 시작하라. 그럼 당신의 말과 삶이 빛날 것이다. 잘하려는 마음에는 실패나 고통이 찾아올 수 있지만, 도움이 되려는 마음에는 결코 아픔이 찾아오지 않는다.
16. 092_네가 그토록 되고 싶은 네가 되어라.
17. 098_모든 이의 삶은 불안해서 더욱 사랑이 필요하다.
- 모든 이의 삶은 불안하다. 당신도 나도, 그들도 모두 그렇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불안한 이 하루가 사랑이 있어 살만해지니까.
18. 105_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실수나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라.
19. 107_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
- 부디 애쓰지 말라.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못하는 오늘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저 하루를 태우듯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 마무리
108가지의 글귀로 이루어져 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본인에게 와닿는 문장은 다 다를 것이다. 타인의 인생관을 본다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고, 내가 느꼈던 점을 명확한 표현으로 담아낸 부분은 개운한 느낌도 있었다. 살다 보면 느끼는 것이 비슷해지나 싶다.
내게 크게 와닿았던 글귀들을 정리해서 읽어보니 '선택', '노력', '불안' 이 세 가지 키워드 정도로 함축된다.
모든 이의 삶은 불안하다. 당신도 나도, 그들도 모두 그렇다.
슬픔이 기쁨에게, 다시 기쁨이 슬픔에게.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돈다.
"무엇이 더 멋진 선택일까?"로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무언가 하는 것도 선택이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도 선택임을 기억하자.
부디 애쓰지 말고, 하루를 태우듯 이 순간에만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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