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트위터에서 '덕질도 도파민 중독'이라는 글을 봤다.
어느 유튜버가 이것과 관련해서 무리한 연출을 하다가 이슈가 된 모양이던데, 그런 것에 딱히 관심은 없었다. 다만 나는 새로 시작한 취미 생활과 관련해 트위터를 막 접하던 때였고, 확실히 sns가 가진 중독성을 느끼고 있던 터라 이 '도파민네이션'이란 책을 읽기로 했다.
일단 이름을 '도파민네이션'이라고 지은 것은 흠... 꽤 전략적인 선택이지 않았을까? 도파민에 관한 흥미로운 책처럼 느껴지게 만드니까. '중독'에 대해 얘길 하면서 당연하게도 이 '도파민'을 빼놓을 순 없으니 분명 도파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도파민'은 아니었다. '중독'이라는 전반적인 시작과 끝을 다루는 느낌.
[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 ]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중독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 접근성, 정신적 외상, 사회적 격변, 가난
현대사회가 얼마나 중독에 빠지기 쉬운 구조인지, 중독이 결코 개개인의 의지만이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리고 요즘 사회는 '행복'은 추구해야 하는 것, '고통'은 회피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살아가지만, 과연 고통이 사라지면 행복이 오는 것인지 의문을 표한다.
> 그래서 도파민이 뭔데?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이지만, 약물이 말 그대로 도파민을 함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는 의미이다.


쥐가 코카인 주사를 맞지 않더라도 불빛을 본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불빛을 조건 단서라 부르며, 조건 단서가 주어졌음에도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 '갈망' 상태가 된다.
얼마나 중독되었는지를 보려면, 자신의 중독 대상을 얻으려고 얼마나 자진해서 열심히 움직이는지 보면 된다.


- 향상성: 생명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경향
- 이후 반응: 올라갔던 저울이 내려오며 생기는 반동
- 신경 적응: 쾌락 자극을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하면 쾌락 편향을 약해지고 이후 반응이 강해지는 과정
- 내성: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됨
결론은, 내려간 것은 올라가야 하고 올라간 것은 내려가야 한다는 것.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향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 ]
DOPAMINE: 나와 중독을 이해하는 7단계
- Data: 데이터 - 너 자신을 알라 (무엇에 얼마나 많이 자주 의존하는지)
- Objectives: 목적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재미, 공포, 분노, 불안, 불면증, 우울증, 고통 등)
- Problems: 문제 - 중독의 악영향을 찾아라 (건강, 관계, 도덕 등)
- Abstinence: 절제 - 30일의 인내 (저울이 수평을 찾는 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
- Mindfulness: 마음 챙김 - 고통 들여다보기 (뇌가 뭘 하는지 재지 않고 관찰하는 능력)
- Insight: 통찰 - 진짜 나와 대면하기 (자신의 행동을 명확히 통찰하기)
- Nextsteps: 다음 단계 -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절제된 방법으로 중독 대상에 다시 기댈 수 있음)
- Experiment: 실험 - 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 (지나친 절제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
중독 관리를 위한 3가지 접근법
- 물리적 자기 구속 - 중독 대상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쓰레기통마저 버려라
- 순차적 자기 구속, 시간제한과 결승선 - 일정 기간 접근을 제한 하는 방법
- 범주적 자기 구속, 넓은 그물을 쳐라 - 대상을 갈구하게 만드는 계기도 금지
[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 ]
> 고통 마주보기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 나온다. 1부에서 봤던 바로 그 저울. 저울은 수평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그렇다면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을 아래로 내리면 어떻게 될까?
찬물 샤워, 운동, 무서운 영화. 고통이 우리가 쾌락에 지불하는 대가인 것처럼, 쾌락 역시 우리가 고통을 통해 얻는 보상이다.
그 외로 있는 그대로 말하기, 친사회적 수치심 갖기와 같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 마무리
도파민에 관한 깊은 메커니즘이나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가 미국의 정신과의사이기 때문에 약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요즘 한국도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다 말은 많지만, 일단 나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아 지겨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초반부나 중간중간 불필요한 묘사도 많은 느낌이다.
저울을 비유로 한 쾌락과 고통의 메커니즘 설명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 좋았고, 쾌락의 반대편에 고통이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으나 한국식으로 번안된 버전 + 도파민에 관한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더 있다면 좋겠다.
어찌 됐든, 덕질도 도파민 중독은 맞으니 절제,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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